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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꿀팁

실화라 더 충격적인 더 서펀트 (여행,괴물,무력감)

by 2chan2ya 2026. 1. 7.

더 서펀트 관련 사진

넷플릭스 시리즈 더 서펀트(The Serpent)는 단순히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문구만으로도 강한 압박감을 주는 범죄 드라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동남아시아 배낭여행 루트를 무대로 실제 연쇄살인범 샤를 소브라지의 범죄 행각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관광과 자유, 젊음의 상징처럼 소비되던 여행의 이미지 뒤편에 어떤 위험과 무질서가 숨어 있었는지를 냉정하게 드러내며, 시청자에게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더 서펀트가 특히 충격적인 이유는 잔혹한 살인 장면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폭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범죄가 너무도 오랫동안 반복될 수 있었던 환경과 구조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자, 느슨한 행정 시스템, 외국인 실종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 범죄자의 치밀함이 맞물리며 비극은 멈추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사실은 작품을 보는 내내 강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 리뷰에서는 더 서펀트가 왜 ‘실화라서 더 충격적인 범죄 드라마’로 평가받는지, 작품의 서사 구조와 인물 묘사, 그리고 단순한 범죄 재현을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본다.

여행의 낭만을 무너뜨리는 실화 범죄의 잔혹한 현실

더 서펀트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 동남아시아는 서구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공간으로 인식되던 시기였다. 값싼 물가와 느슨한 분위기, 국경을 쉽게 넘나들 수 있는 환경은 배낭여행 문화를 빠르게 확산시켰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 낭만적인 이미지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작품 속 여행자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실종되어도 빠르게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현지 행정 시스템은 외국인의 생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허점은 범죄자에게 완벽한 사냥터가 된다. 더 서펀트는 이 과정을 과장 없이 보여주며, 여행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위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드라마가 주는 공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피해자들은 특별히 부주의하거나 무모한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여행 중이었고, 누군가의 친절을 믿었을 뿐이다. 이 평범함이야말로 더 서펀트를 더욱 견디기 힘든 작품으로 만든다.

시청자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분노와 무력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왜 이 범죄는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는가, 왜 아무도 막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샤를 소브라지, 괴물이 아닌 현실적인 악의 얼굴

더 서펀트가 그려내는 샤를 소브라지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는 매너 있고 세련되며, 지적인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인물로 등장한다. 바로 이 점이 그를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소브라지는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기보다 신뢰를 쌓고, 도움을 주고, 의존하게 만든 뒤 서서히 통제한다. 그는 상대의 약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드라마는 이러한 조종 과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악이 어떻게 일상 속에 스며드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공범들과의 관계는 이 인물의 본질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명령하지 않는다. 대신 설득하고, 죄책감을 주고, 선택지를 없앤다. 이 과정에서 공범들 역시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남게 된다.

이러한 인물 묘사는 더 서펀트를 단순한 범죄 재현물이 아닌 심리 드라마로 끌어올린다. 소브라지는 특별한 괴물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과 인간의 약점을 정확히 이용한 현실적인 악으로 그려진다.

교차 편집과 추적 서사가 만들어내는 무력감

더 서펀트는 시간 순서를 뒤섞는 교차 편집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과거의 범죄와 현재의 수사가 반복적으로 교차되며, 시청자는 이미 벌어진 비극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인식하게 된다.

이 구조는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강한 무력감을 만든다. 범죄가 벌어지는 장면을 보면서도, 그것이 이미 지나간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며, 왜 이 범죄가 멈추지 않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네덜란드 외교관의 시점은 이 작품의 또 다른 핵심이다. 그는 제한된 권한 속에서도 사건을 파헤치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느린 대응과 행정적 장벽에 부딪힌다. 그의 답답한 추적 과정은 시스템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 서펀트는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드러낸다. 이 점에서 드라마는 범죄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제도 비판이기도 하다.

실화 범죄 드라마가 남기는 묵직한 경고

더 서펀트는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전개는 느리고, 분위기는 무겁고, 보고 난 뒤에도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의 가치다.

이 드라마는 범죄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왜 이런 범죄가 가능했는지를 끝까지 묻는다. 여행이라는 자유의 상징 뒤에 숨겨진 위험, 국제 사회의 무관심, 그리고 제도의 실패는 이 실화를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한 경고로 만든다.

그래서 더 서펀트는 호불호가 갈린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큼 강한 현실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은 보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더 서펀트는 ‘실화라서 충격적인 드라마’라는 표현을 넘어선다. 그것은 왜 이런 비극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묻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범죄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묵직한 경험을 원한다면, 더 서펀트는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선택이 될 것이다.